전통차와 지속가능성, 농업의 미래를 잇는 길
기후 위기, 환경오염, 지속가능한 소비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오늘날, 식음료 산업에서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핵심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특히 전통차 산업은 차나무 재배 방식, 수확 방식, 가공법, 포장 등 전 과정이 자연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어, 친환경 농업 모델로 전환할 가능성과 책임을 동시에 지닌 분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통차는 단순히 친환경 식품이라는 개념을 넘어, 지역 생태계 보전, 저탄소 생산 방식, 로컬푸드 순환 구조, 농촌 청년 유입 등 복합적인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통차 산업이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방식, 그리고 그 속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정책과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통차 산업의 친환경 전환이 왜 필요한가?
- 차나무 재배지의 기후 민감성
- 차나무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 이상기온 등으로 생산성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따라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증가의 유혹도 존재합니다.
- 소규모 농가 중심의 전통차 산업 구조
- 한국의 전통차 생산은 대부분 소농 중심이며, 노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재배를 위해선 노동 절감형 생태농법, 청년 농부 육성 정책이 필요합니다.
-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소비’ 인식 확대
- MZ세대를 중심으로, 제품의 생산과정, 탄소 발자국, 로컬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 성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차 브랜드의 변화 요구로 이어집니다.
지속가능한 전통차 농업,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1. 무농약·유기농 차밭 전환
경남 하동, 전남 보성 등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일부 농가가 무농약 인증, 유기농 인증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하동의 일부 야생차 재배지는 자생종 차나무를 그대로 유지하며 제초제를 쓰지 않는 방식으로,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차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 탄소저감형 차 가공 공정 도입
- 전통적인 차 덖기 방식은 불 사용이 많고 연소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높을 수 있습니다. 이에 일부 현대 가공장에서는 태양열 건조 시스템, 전기 로스팅 방식 등을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3. 폐기물 제로를 위한 생분해성 포장 사용
- 젊은 전통차 스타트업 중심으로 종이 티백, 생분해성 필름, 무라벨 패키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 보성의 ‘녹차비’라는 청년 브랜드는 전체 제품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리필형 상품을 판매해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4. 지역 순환 구조 구축
- 제천, 문경, 담양 등에서는 차 생산뿐 아니라 다식, 찻잔, 지역 특산물까지 포함한 통합 유통 구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류 과정을 단축시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부가됩니다.
지속가능한 전통차 산업을 위한 정책과 소비자 역할
정부·지자체 역할
- 친환경 차농가 인증 확대: 무농약 인증 비용 지원, 재배 전환 교육, 소득 보전 제도 마련
- 지속가능 농법 연구 지원: 기후변화 대응 품종 개발, 탄소중립형 차 제조기술 개발
- 차문화+관광 융합: 지속가능한 관광 코스 설계, 차밭 보호형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
브랜드와 유통사의 역할
- 친환경 인증 표시 확대: 제품 라벨에 투명하게 인증 정보 제공
- 생산자-소비자 연결 구조 강화: 소비자가 차 생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영상, 스토리 콘텐츠 제공
- 리필형/정기배송형 시스템 운영: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유통구조 설계
소비자의 역할
-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친환경 생산 기반 전통차를 선택하는 소비 태도가 중요합니다.
- 인증 마크 확인, 생산자 이야기 확인,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정책을 검토하는 **‘윤리적 소비’**가 전통차 산업의 지속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지리적 표시제와 지역 차의 지속가능성 가치
또한 최근에는 전통차 재배 방식과 관련된 지리적 표시제(GI) 등록이 늘어나면서, 특정 지역의 차가 단순히 제품을 넘어 지역의 브랜드 자산으로 작동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동 야생차는 지리적 특성과 함께 야생 유전자 보호 가치까지 인정받아, 지속가능한 농업의 상징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표시제 기반 전통차는 유전자 다양성 보존, 지역사회 고용 유지, 문화 계승 등의 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해외와의 지속가능성 인증 교류도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한 수출 증대를 넘어서, 우리의 차 문화와 친환경 농업 방식이 세계적인 기준 안으로 편입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리
전통차는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된 식문화이자 농업의 한 형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한 상업적 확장보다, 생태적·사회적·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전통차 산업은
- 기후를 이기는 기술
- 환경을 살리는 경작법
- 지역을 지키는 소비 방식
이 세 가지가 함께 이루어질 때 진정한 미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전통차의 향기는 단지 입 안에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속에서 가장 깊게 퍼져야 할 것입니다.